The first 200 lines.
이번 생은 망한 것 같다
그냥 망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망한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건
- 다 엄마 때문이다 - 다 엄마 때문이다
야, 경다정
신발 또 샀어? 존예
야, 쟤 봐라 차연이 거랑 또 똑같다
미친 또 따라 샀나 봐
이번에도 지네 엄마 졸라서 샀겠지
맞네
야, 쟤네 엄마, 쟤가 사달라고 하면 다 사준다잖아
부럽다
괜찮아, 이차가 더 예뻐
야, 지금 누굴 누구랑 비교해?
맞지?
따라 사긴 누가 따라 샀다고
졸라 웃긴다, 그렇지?
아무튼 이거 인터넷 최저가로도 50은 그냥 넘던데
개 부럽다 엄마가 갖고 싶은 거 다 사주고
오늘 조회 없대
야, 조혜미 담임이 너 오래
나?
야, 나 교무실 갔다 온다
1교시 늦지 말고 와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웃기고 재밌는 걸까
그건 어떤 기분일까
이젠 다 귀찮다
이대로 그냥
그냥 사라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경다정
경다정 안 왔어?
혜미야
다정이 얘 또 교실에서 자고 있는 거 아니야?
좀 깨워서 오지 넌
아이고 잘한다 잘해, 어?
돈 믿고 저러는 거겠지, 뭐
아, 하루 이틀이냐?
자, 오늘은 둘씩 짝지어서 인물 초상 그려 볼 거야
- 네 - 네
나랑 하자, 나랑
근데 나 그림은 졸라 못 그리...
그냥 혼자 하면 안 돼요?
응?
꼭 다른 애 얼굴을 그려야 하냐고요
다정아
네가 자꾸 이러니까 아무도 너를 안 깨워주는 거야
사회성을 좀 길러
언제까지 온실 속 화초처럼 살래?
가능하면 평생?
뭐라고?
잡초보단 화초로 사는 게 낫잖아요
- 야 - 아, 재수 없어
- 경다정 - 왜 쟤 눈치를 봐야 돼?
아, 됐어, 됐어
분위기 존나 흐리네
왜 내 전화 안 받냐?
또 점심 안 먹고 여기 있을 줄 알았다
야
너 내가 나한테 친한 척하지 말랬지
날씨 개좋다
와, 수업 듣기 싫어
이차연은 아까 애들이랑 오후 수업 째던데
걔네 민증 위조해서 맨날 술 마시러 다닌대
봐봐, 봐봐
생파도 클럽 빌려서 하나 봐
부러워?
좀?
그럼 걔네한테 가서 놀아달라고 해
왜 자꾸 나한테 말 거는데
뭐냐, 너? 질투?
나 궁금한 거 하나만 물어봐도 돼?
아니
- 넌 주말에 보통 뭐하냐? - 알아서 뭐 하게?
그냥 알아두면 좋을 거 같아서
설마 주말에도 과외 받으러 가?
아, 그, 달에 몇백만 원씩 한다는 수학 과외
누가 그래?
내가 달에 몇백만 원씩 하는 수학 과외 받는다고?
애들이
이거 말하면 안 되는 건가?
또 뭐래 애들이?
그냥 뭐 너 사는 아파트 팔십 평이라고
또?
체형 관리한다고 필라테스 다니느라
급식도 안 먹는 거라고
또?
너희 아빤 사업 개 크게 하고 엄만 땅 부자라고
이차연이 소문낸 거 같던데 걔 진짜 어이없...
재밌네
- 어? - 재밌다고
야, 이거 너 먹으라고 사 온 거야
필라테스 다니느라 급식도 안 먹는다는데
그런 걸 먹겠니?
요즘 사업도 잘되고...
어, 뭐야? 운전을 저런 식으로 해?
아우, 진짜 경우 없이
쏘리, 쏘리
뭐야
인선이 너였니?
새 차라 그런가 운전이 영 어색하네
차 바꿨나 보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굳이 우리 남편이 사라고
다정인? 다정이 데리러 온 거 아니야?
어, 다정이 데리러 왔지
너무 재밌다
어, 엄마
어, 차연아
- 엄마 - 우리 딸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어머, 친구들도 어쩜 이렇게 예쁘니
대박, 엄마 차 또 바꾸셨어?
그래, 그래, 그래 뭐 먹고 싶어?
다정아 다정아, 여기
어떡해? 오늘 우리 집에 갈까, 얘들아?
- 더 부를 친구 없어? - 응, 응, 응
그래, 그래 우리끼리 가자
다정아, 얼른 와
과외 늦겠다 타 있어
그래, 그래, 그래 같이 가자
우리 차연이랑 잘 놀아
그럼 기사가 내일부터 차연이 픽업하러 다시 오는 거야?
- 응 - 좋겠네
경다정
우리도 그러면 다음에 모임에 또 보면 되겠다, 그렇죠?
- 나는 먼저 갈게 - 그래요
씹어 먹을 년
아니 그 회사가 지 거야? 지네 아버지 거지
막말로 부모 등골 빼먹고 사는 주제에
어디서 잘난 척이야, 잘난 척이 씨발년
야
야
네?
대답 바로바로 안 하지 지금?
죄송해요
아이씨
오늘 주문 많으니까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알겠어?
네
좋은 말로 할 때 물건 좀 조심히 다루고
네
네년 몸값보다 비싼 것들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래?
네 그 잘난 학교 학비며 몸에 두른 명품이며
먹고 자고 하는 돈
그거 다 네가 나한테 진 빚이라고, 씨발
그래서 말인데요
저 그냥 집 근처 학교로 전학 가면 안 돼요?
명품도 굳이 필요 없고
그냥 나도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씨발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누가 너 좋으라고 그 학교 보내니 지금?
세상 사람들이 네가 내 딸인 거 다 아는데
어떻게 그냥 내버려 두냐고
넌 그냥 내가 살라는 대로
평생 나한테 진 빚이나 갚으면서 살면 되는 거야
알겠어? 대답
네
씨발년이 대답을 안 해
내려
달려봐
아니, 좀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도와줄 사람 없어?
윤우야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좀 도와드릴까요?
아니, 할멈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좀 하려는데
암만 눌러도 할멈 얼굴이 안 보여
그럴 땐 여기 동그란 버튼을
손가락으로 두 번 탁탁 누르시고
통화 버튼을 누르시면 되거든요
그리고 핸드폰을 조금 더 멀리
- 이렇게 멀리? - 네, 이렇게 멀리
- 이제 잘 보이시죠? - 응, 아이고
형아, 우리 늦은 거 아니야?
막차 놓치면 안 되잖아, 우리
괜찮아, 이것만 도와드리고 바로 가면 돼
되긴 뭐가 돼
저게 마지막이야 저기요!
내가 놓칠 것 같다고 했지?
미안
저게 막찬데 이제 어떡할 거야
형이 얼른 택시를 부를게
어이, 공 브라더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참말로 그래서 놓친 거야?
역시 구암 사윗감 후보 1위 공윤탁이가, 공윤탁이 한 거야
아니 저기 근데 말이야
아직까지도 그 막차가 그 아홉 시 반에 끊기는 거야?
네, 배차 간격은 세 시간이고요
세 시간?
아무리 여기가 시골이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이거 안 되겠네 내가 군수한테 한마디 해야 쓰겠네
군수님 아세요?
그 나는 유권자라 잘 아는데 그쪽은 날 모르지
응, 아주 잘 알지
오늘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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