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잡았다
이봐, 내려와
아주 보내버려
일찍부터 실례하겠습니다
좀 어떠세요?
존경하는 분을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봐도 되죠?
타자기 써도 돼요?
팔 내밀어요 긴장 풀고요
- 몇 살이죠? - 43살요
뭘 구상하고 계시죠?
또 희망 없는 영화요?
- 치료 처음인가요? - 네
숨을 들이마셔요
들어와요
- 죄송합니다, 나중에 오죠 - 아니, 들어와요
숨 들이마셔요
깊이
좋은 아침 담배 피워도 되나?
기침해보세요
숨을 들이마셔요
- 다 읽었어요? - 그래
숨 쉬어요
어때요?
메모를 써놨는데 나중에 얘기하지
몸이 약해졌어요 옷 입으세요
예쁘군요 미국 아가씨죠?
좋은 상품이 많은데
이 치료가 좋을 겁니다
간호사 성수 300밀리
공복에 15분 간격으로 하루 세 번 드세요
- 하루걸러 진흙 목욕을 하고요 - 몇 시죠?
목욕이 끝나면 광천수에 10분간 들어가 계세요
- 온천에서 기다리지 - 고마워요
선생님
받으세요
여기야
- 영화 얘기를 하고 싶나? - 그럼요
프로듀서한테 내 평가서를 보여주는 건 자네 맘이네
솔직히 자네한테 골칫거리가 되긴 싫어
아뇨, 제가 선생님을 불렀잖아요
처음부터 감이 왔어
문제의식이나 철학적인 내용이 부족하더군
좀 앉죠
불필요한 에피소드를 집어넣었어
모호한 사실주의를 즐기는지도 모르지
작자의 의도를 모르겠어
생각하게 만들려는 건지 겁을 먹으라는 건지
처음부터 시적 영감이 부족했어
이런 말을 하게 돼 안됐네만
영화가 다른 예술 장르보다 50년은 처져있다는 증거네
주제에 아방가르드 영화의 특징은 없고
단점투성이야
내 메모를 주겠네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자네가 아직도 날 좋게 생각한다는 게 수수께끼야
별 도움은 안 될 거네
아뇨, 누구보다 선생님이 도움이 되죠
정말 이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2주 동안 촬영을 연기했는데
메짜보타 실례하겠습니다
메짜보타, 마리오 자네도 왔나?
귀도
어디 아파?
귀도, 잘 지냈나?
흰머리가 많아졌군 늙은이가 다 됐어
이런 걸 마시나? 몸에 안 좋아
간이 말썽이래 자네는 무슨 일인가?
잠깐 글로리아
- 딸이 저렇게 자랐나? - 내 딸이 아니네
나쁜 벌이 가엾은 꽃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어요
- 여긴 내 친구 - 죄송해요, 신발 때문에
- 글로리아 모린이에요 - 반갑소
- 안녕하세요? - 그래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푸피가 늘 얘기해요
지난번 영화 씹었다가 얼마나 싸웠는지 몰라요
무슨 말이야 당신도 좋아했잖아
한잔하러 가지
자네는 혼자 왔나? 부인은?
- 혼자 왔어 - 잘됐군
혼자가 낫지
- 티나랑 내 얘기 들었나? - 티나?
이혼 판결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 여기 온 거야 우리 약혼했어
축하하네
그래, 귀도 자넨 뭐 좋은 일 없나?
생각하기 좋은 곳이지
작가 다미르요 실례지만 성함이 뭐랬죠?
- 글로리아예요 - 글로리아 모린이지
반가워요 선생님 팬이에요
고맙군요
혹시 배우요? 사진을 본 적이 있던가요?
배우요? 실은...
그쪽 일을 하고 싶어요 욕심이 많죠
하지만 생각뿐이에요
철학 학위가 있어요
- 마리오 메짜보타입니다 - 반갑소
아직 학위는 없고 논문을 쓰는 중이에요
- 주제는요? - 어려운 거예요
동시대 극단에 몸담고 있는 현대인의 외로움이죠
재미있는 주제죠 안 그래요, 선생님?
여자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무슨 의미인가?
순수의 상징? 주인공을 감싸준다는 의미?
자네 이야기는 늘 상징이 지나치지만 이건 최악이네
안 왔어, 잘 됐군
- 안녕, 잘 있었어? - 그럭저럭
- 누가 알아봐? - 아니
다 당신 짐이야?
가방 다섯 개뿐이야 가운이 자리를 많이 차지해
하나는 내가 들었어요 다 실었어요?
칼라, 여긴 조용한 곳이야 즐길 일이 없다고
유명한 온천이니까 패션쇼도 있을 거야
호텔에 클럽도 있을 거고
- 얌전히 지냈어? - 그럼
나 묵는 호텔에 당신 방 못 잡았어
날 아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다른 호텔을 찾았는데
- 정말 좋아 - 왜 그랬어?
- 그래서, 내가 싫어? - 아니, 너무 좋아
창백해 보이는데 어디 아파?
저기가 호텔이야
선생님 손님이 오셨군요
봐, 내가 뭐랬어
그래도 조용해서 좋아
배고프면 샌드위치 주문할게
- 여긴 좀 우울해 - 아니, 괜찮은데
나 배고파 점심도 못 먹었어
안녕하세요?
혼자 지내기 어때요?
방이랑 욕실 다 준비됐어요
집처럼 편히 쉬실 수 있을 거예요
고맙소 점심이 될만한 거 있소?
- 화장실 어디예요? - 저기요
알아볼게요
기차를 탔더니 손이 새까매졌어
- 나 오니까 좋아? - 응
- 조금, 아니면 많이? - 많이
정말?
냄새 좋다
귀도, 이 옷에 주름이 생길 줄 알았거든
- 정말? 좋은데 - 근데 아니네
멀쩡해
맘에 드는지 말도 안 했잖아, 맘에 들어?
아름다운 분이군요
세련됐어요 머리에 쓴 것도
플루시인가
- 플러시예요 - 아, 플러시
사방을 찾아다녔지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데
당신도 알다시피 이 칼라가 맘만 먹으면
- 아무도 못 말리지 - 그럼
지난주에 '도널드 덕'을 읽었는데
공룡이 나왔어
- 그랬어? - 정말이라니까
귀도, 또 뭐 하려고?
- 정말 얌전히 지냈어? - 그럼, 왜?
배고파 죽겠어 참, 내 결혼반지
자기가 약속했던 거 있잖아
뭔데?
또 남편 얘기를 꺼내려는 거군
안 그래? 두고 보라고, 뻔하지
가엾은 루이지 행복해 보이질 않으니
그이는 자신감이 없어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멍청하진 않아 솔직히 머리는 좋지
여기 너무 덥다
그이는 로마 역사도 달달 외워
받쳐주는 사람이 없다니까
지금도 연료 공장에 다녀
정말?
가방 내려놔 망가지겠어
좋아하는 거야 남편이 줬지
그이 취직 좀 시켜줘
당신은 발이 넓잖아 약속도 몇 번이나 했고
꿈도 꿨다니까
당신이 그이한테 일자리를 줬는데
미쳐서는 우리를 둘 다 죽이지 뭐야
- 누구? - 당신이랑 나
거기가 어디였게?
당신 부인이 사준 거랑 똑같은 넥타이 샀던 데
기억나?
당신이 부인 거 했는지 내 거 했는지는 모르겠어
우린 침대에 누워서 옷을 벗고 껴안고 있었지
근데 그이가 들어와서 우리를 빗자루로 때려죽였어
- 커튼 더 내려 - 알았어
됐어 잠깐 복도에 가 있어
방을 잘못 들어와서 낯선 남자를
만난 척해
재밌겠다 우리 이런 적 없었잖아
잠깐, 어디 좀 보고
아니, 화장을 더 진하게 해야겠어
- 더 어떻게? - 창녀처럼
아이라이너 줘봐
- 전등갓 좋은데 - 그래, 그래
- 우리 집에도 할래 - 움직이지 마
이 호텔 이름이 뭐야?
레일웨이 호텔
남편한테 편지 써야지 그럼 속달로 답장 보낼걸
편지를 얼마나 잘 쓰는데
- 당신도 보여줄게 - 좋아, 가만있어 봐
천박한 표정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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