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200줄입니다.
하늘을 걷는 남자
이 이야기는 실화임
'왜?'
제가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죠
'어째서? 뭣 때문에?'
'왜 줄을 타는 거지?'
'왜 목숨을 걸고'
'그런 도박을 하지?'
하지만
전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죽음이란 단어를
물론 지금 한 번 아니 세 번쯤 말했지만
다신 입에 안 담을 겁니다
전 그 반대말이 좋아요
삶
제겐 줄 위를 걷는 게 곧 삶이죠
이것이 인생이다
이제 상상해 보세요 1974년 뉴욕 시에서
전 두 건물과 사랑에 빠졌어요
정확히 말하면 세계 무역 센터 트윈 타워죠
저들이 날
내 속의 뭔가를 흔들어 깨웠죠, 꿈을
내 꿈은
트윈 타워 사이에 줄을 걸고
그 위를 걷는 것이었어요
물론 불가능한 일이었죠
또, 당연히 불법이고
근데 왜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을 꿨냐고요?
말로는 대답할 수 없고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려면
시간을 거슬러 대서양을 건너야 돼요
나의 타워 사랑은 뉴욕에서 시작된 게 아니거든요
난 여기 출신이 아니에요
또 다른 아름다운 도시에서 내 얘긴 시작되죠
파리로 가볼까요?
프랑스, 파리
1973년
여긴 파리예요
지금 난 여기서 아무 존재 없는 무명의 곡예사로
거리 공연을 하며 근근이 살고 있죠
캐릭터도 있어요
모자에 검은 옷만 입죠 원도 완벽하게 그려요
이 원 안에선 한마디 말도 안 했죠
누구도 나의 원 안으로 발가락 하나 넣을 수 없어요
구경꾼이 내 성역을 계속 침범하면
더 강경한 수단을 쓸 수밖에요
난 내 공연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공연합니다
물론 경찰은 예외죠
공연 허가 따윈 안 받아요
하지만 어딜 가든 뭘 하든
난 늘 찾죠
나의 줄을 달 완벽한 장소를
치통이 심해요, 진료 좀 받게 해줘요
전화 예약하셨나요?
아뇨, 전화가 없어요
그럼 기다리세요
상황이 급한데요
두 시간이면 될 거예요
두 시간이나 통증을 참으라고요?
좋아요, 기다리죠
아파서 죽으면 책임져요
안녕하세요, 괜찮아요?
만나서 반가워요
난 갑자기 얼어붙었죠
치통도 사라졌어요
잡지에 타워의 기사와 삽화가 있었거든요
아직 짓고 있지만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대요
이 한 줄의 연필 선으로
내 운명은 결정됐죠
이게 내 꿈의 시작이었어요
난 8살 때 줄 타는 사람을 처음 봤어요
우리 동네에 세계 최고의 줄타기 팀인
오만코프스키 가족 곡예단이 온 거예요
이름하여 '하얀 악마들'
내 아들놈이 서커스단 광대라니
난 줄타기를 독학했고
기어오르기, 중심 잡기, 저글링에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됐죠
하지만 더 배우고 싶었어요
당장 내려와!
난 이렇게 루디 오만코프스키 1세를 만나게 됐죠
'하얀 악마들' 곡예단의 우두머리
일명 파파 루디
그는 출신지를 말하지 않았어요 프랑스인은 아니었죠
파파 루디는 최고의 줄타기 곡예사이자 저글러였어요
그 순간, 그가 내게서 뭔가를 본 거 같아요
필립!
난 체코 말 몰라요
난
영어 할 줄 알아
오늘은
입장하는 법을 배울 거야
'컴플리먼트'를 잘해야 돼
컴플리먼트?
그게 뭔데요?
몸으로 전하는 메시지지
관객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공연이 끝난 뒤엔 감사를 전하는
표현이기도 해
답례지
답례
알았어요, 알았어요
아냐, 필립
그건 엉터리고!
동작이 너무 과해
아무것도 하지 마 다시!
아무것도 하지 말래도! 긴장해서 오버하는 거 같잖아
당당해 보여야 돼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 마 다시!
건방져 보이게 왜 가만있어?
아무것도 하지 말라면서요?
겉으론 아무것도 하지 말되
마음으론
- 정중히 인사를 해야지 - 마음으론?
뭔 소리예요?
관객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심을 느껴야 돼
어째서요? 줄 타는 건 난데
관객에게 감사하고 존경을 표하라고!
관객이 없으면
공연도 없어!
그걸 모르면 서커스 공연 못 해
난 서커스단에서 공연 안 해요 난 어릿광대가 아니고
아티스트라고요!
그렇게 난
파파 루디의 집에서 쫓겨나
다시 거리로 나왔죠
그리곤 잠시 뒤
광대 짓으로 인생 낭비할 거야?
줄타기로 밥 못 먹고 살아!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요
안 돼
벌써 늦었어, 희망이 없다고
네, 그래요
이젠 희망이 없어요!
필립!
이왕 돌이킬 수 없게 된 거
난 나의 길을 가기로 했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기 위해 난 떠났어요
파리로요
댁이 올 때까진 좋았어요
이젠 내 말 들려요?
마임 할 땐 말 못 하죠
난 마임 안 해요
상상의 벽 뒤에 안 숨는다고요
내 공간을 모욕 말아요
여긴 내 성역이오
감사합니다
그냥 가던 길 가시면 안 될까요?
이건 사적인 대화예요
아, 그런 거였소?
- 공연인 줄 알았는데 - 아녜요
자, 받아요
네, 감사합니다
갈게요
영어 발음 좋네 미국인 같아요
순 날도둑
영어가 더 듣기 좋네
재수 없게 잘난 척은!
확실히 영어가 나아
당신은 내 최고의 관객들을 빼앗아 갔어요
그따위 저질 곡예로!
다들 내 고공 줄타기를 좋아해요
그게 '고공' 줄타기예요?
엄청 낮은 고공이네요
맞아요, 아가씨
근데 제일 큰 나무 두 그루는
당신 공연장에 있잖소
난 딴 아티스트의 영역은 침범 안 하거든요
비 오겠네요
성난 길거리 여가수께
타협안을 하나 제시하죠
당신이 없을 때만 저 광장에서 공연할게요
난 주말과 격주 화요일에 쉬어요
알았어요
난 필립이오
- 애니예요 - 애니, 이름 예쁘네
왜 영어만 하죠?
연습하느라고 뉴욕에 가거든요
뉴욕? 신나겠네요
- 그래요? 같이 갈래요? - 좋죠
노래 스타일이 참 좋던데요?
나 노래할 때 댁도 공연했잖아요
좀 일찍 와서 들었어요 당신은 날 못 봤겠지만
멋지던데요
고맙네요
와인 한잔 사도 돼요?
아뇨, 됐어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와인 한잔 사게 해주면
라틴 광장 근처에선 절대 공연 안 할게요
포기 안 하는 타입이죠?
네, 엄청 끈질겨요
봐요
이게
내 꿈이오
- 이건 당신이고? - 네
사상 최고로 멋진 고공 줄타기가 될 거요
그러려면 줄을 얼마나 높이 달아야 돼요?
100층 높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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